日本人의 性과 羞恥文化
68년 전인 1946년에 출간된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란 책이 있다. Patterns of Japanese Culture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말로는 ‘국화와 칼’ 부제는 ‘일본문화의 틀’로 해서 번역 출간되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수를 지낸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Ruth F. Benedict)여사가 썼다. 보편적 상식 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문화의 기본형을 파악할 필요성에 직면한 미국무성이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4년 6월 루스 베네딕트에게 이 과제를 맡겼고 2년 후에 책으로 나왔다.
파악하기 어려운 일본인의 의식구조와 일본문화의 틀을 투시경으로 들여다 보듯 미세한 곳까지 들추어 낸 국화 칼은 이 분야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루스 베네딕트는 이 책에서 일본의 황도사상을 비롯하여 충, 인, 의리, 은혜, 예의, 명예, 의무 등 도덕 및 유교적 가치관과 사랑, 성, 수치 등 넓은 범위에 걸친 문화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일본인의 이러한 도덕률은 무사도(武士道)의 덕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17세기 에도막부 초기에 정립된 무사도에 대해 고지엔(広辞苑)과 산세이도(三省堂) 등 대표적인 일본어사전은 “유교사상과 연계하여 완성된 무사도는 봉건지배체제의 관념적 지주가 되었으며 주군에 대한 충성, 희생, 신의, 예의, 검약, 상무, 명예 등을 덕목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인의 이 같은 도덕률 가운데 특히 성과 수치에 관한 베네딕트의 분석이 혹여 위안부문제의 핵심과 관련이 없을까? 베네딕트는 “일본의 도덕률은 오관의 쾌락에 관대하다. 일본인은 자기 욕망의 만족을 죄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육체적 쾌락을 좋은 것 또는 함양할 만한 것이며 쾌락은 추구되고 존중 받아야 한다고 본다 . 일본인은 육체적 쾌락을 함양해 두면서 마치 예술처럼 연마한다” 고 분석하고 있다. 베네딕트는 육체적 쾌락에 목욕, 수면, 식사 등 건강유지조건 외에 성적쾌락을 중요항목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특히 성적향락에 관해 베네딕트는 “일본사람들은 성적향락을 별로 시끄럽게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성적향락을 인정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며 이러쿵저러쿵 까다롭게 따질 필요가 없다면서 영국이나 미국사람들이 게이샤나 사창가를 음산한 장소로 생각하는 사실을 오히려 문제로 삼는다.” 그는 또 “일본인들은 아내에 속하는 영역과 성적향락에 속하는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며 두 영역을 다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다. 남자는 형편만 되면 게이샤건 창부건 정부로 가질 수 있다. 아내가 밤에 놀러 나가는 남편의 옷차림을 도와주거나 남편이 놀다 간 창부의 집에서 아내한테 청구서를 보내오면 아내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돈을 지불한다. 일본인의 철학에서 육(肉)은 악이 아니며 가능한 한 육의 쾌락을 즐기는 것은 죄가 아니다. 일본에는 육체와 정신이 대립된다는 교의(敎義)가 없다. 관능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에는 남녀혼욕의 전통이 있다.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혼욕풍속은 지금도 공개된 장소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수년 전 친구 몇 명과 일본으로 등산 겸 온천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등산을 마치고 점심나절에 예약한 온천장으로 갔다. 탕에서 땀을 닦은 후 노천탕으로 자리를 옮겼다. 탕 안에는 젊은 남녀들이 섞여있었다. 30-40대쯤으로 보이는 여자들은 타월을 대충 가렸지만 남자들은 벗은 체였다. 놀라운 것은 남자들이 들락거리는 걸 보는 여자들의 표정이 아무렇지도 않고 일행이 아닌 남녀간에 대화하는 모습이 부부처럼 자연스러웠다. 또 한번은 국제경기도 가끔 열리는 치바현에 있는 한 명문골프장 목욕탕에서 겪은 일이다. 목욕탕관리인이 50대 초반의 여자였다. 이 여자관리인도 벗은 남자들을 스스럼 없이 대했다. 벗은 남자와 마주서서 대화도 하고 수시로 탕으로 들어가 도구를 정리하며 돌아 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도덕의 절대적 기준을 설정하고 양심의 개발을 의지로 삼는 사회는 ‘죄의 문화’에 속하며 이에 반해 죄의 중대성 보다 수치를 최고의 도덕률에 올려놓을 경우 수치문화의 사회로 규정한다. 베네딕트는 서구문화가 죄를 기조로 하는 문화인 반면 일본문화는 수치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수치문화에서는 인간에 대해선 물론 신에 대해서 조차 죄를 고백하지 않으려 한다.
내세를 전제로 하는 기독교에 바탕을 둔 죄의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들은 죄를 지을 경우 수시로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지만 내세를 인정하지 않은 신도중심의 일본인은 현세에서의 안녕과 행복만 추구할 뿐 속죄의식이 낮으며 죄의 뉘우침을 오히려 수치로 여기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자결함으로써 수치로부터 해방을 얻으려고 생각한다. 이를 위안부문제에 대입하면 여자를 강제로 강간한 사실은 죄이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은 죽기 보다 싫은 최고의 수치로 여긴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베네딕트의 이러한 분석은 위안부보상문제가 청구권자금에 포괄적으로 포함되었니 어떠니 하는 주장 이전에 그 비도덕적 행위자체에 대해 많은 일본인들이 죄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 전시에는 위안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일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오히려 필요한 일이라고까지 당당하게 나오는 그들의 주장은 바로 수치문화에 그 뿌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權泰鳴 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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